경주시 청렴계단 헛구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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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8-01-29 19:54본문
"부패 방지는 선택이 아니라 국가 생존의 문제다"라는 말은 싱가포르의 총리였던 리콴유가 한 말이다.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탈퇴해 독립할 당시의 싱가포르는 부정부채가 만연해 희망이 보이지 않는 나라였다.
그러나 한 사람의 지도자가 어떻게 나라를 바꿀 수 있는지 확실하게 보여준 예가 리콴유 총리다. 리콴유 총리는 천연자원이 없는 싱가포르를 다른 나라들과 경쟁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세계 최고의 청렴한 정부를 세우는 것이라 생각했다. 부패척결을 위해 부패방지법을 제정하고 부패행위조사국을 만들어 부패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싱가포르의 공직자가 지켜야 할 규율은 엄격하다. 뇌물을 받지 않았더라도 받을 의도가 있었거나 이에 따르는 처신을 했을 때에도 범죄가 성립되도록 했으며 해외에서 뇌물을 받거나 비슷한 부정을 저질러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1981년 법 개정 시에는 뇌물수수자에 대해 형벌과는 별도로 받은 뇌물 전액을 반환하되 반환능력이 없을 때에는 그 액수에 따라 최고 5년의 징역을 부과하고 병과되는 벌금도 1만 싱가포르달러(약 87억원)까지 올렸다.
국가청렴도라고 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가 싱가포르가 된 연유를 살펴보면 자발적인 청렴이 아니었다는 점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치명적인 형벌이 뒤따르는 법령을 갖추고 강제적인 청렴을 내세웠으니 자생적 청렴국가는 아닌 셈이다. 마냥 부러워하거나 존경심을 가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모든 청렴은 그 국가와 민족의 도덕적 잣대와 국민성에서 발현돼야 한다. 그래야 연속성이 있고 진정성이 있다. 우리가 만든 청탁방지법, 김영란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개운하지는 않다.
청렴도에 관해서는 경주시가 할 말은 없다. 지난해 청렴도 조사에서 하위 수준에 머물렀으니 시민들에게 낯이 서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경주시청에 공직사회의 관행적 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청렴계단'을 만들었다고 한다. 시민이나 공직자들이 청사 계단을 오르내릴 때 볼 수 있도록 만든 배너 형태의 '청렴계단'은 '청렴韓 경주'를 슬로건으로 '경주시 모든 공직자는 금품·향응을 받지 않습니다', '청렴한 당신이 경주의 얼굴입니다' 등 청렴 의지를 담은 문구를 배너 형태로 설치했다.
과연 그 문구를 보고 청렴도가 하루아침에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보여주기식 슬로건을 만들어 소란을 피우더라도 근본적인 철학이 바뀌지 않는다면 헛구호일 수 있다. 그러므로 청렴계단을 만들 수밖에 없는 경주시의 다급함은 이해가 되지만 그 행위는 너무 초라하다. 전체 공직자가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한다는 자부심을 심어주고 근본적 철학을 바꿔주는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항구적인 대책이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그러나 한 사람의 지도자가 어떻게 나라를 바꿀 수 있는지 확실하게 보여준 예가 리콴유 총리다. 리콴유 총리는 천연자원이 없는 싱가포르를 다른 나라들과 경쟁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세계 최고의 청렴한 정부를 세우는 것이라 생각했다. 부패척결을 위해 부패방지법을 제정하고 부패행위조사국을 만들어 부패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싱가포르의 공직자가 지켜야 할 규율은 엄격하다. 뇌물을 받지 않았더라도 받을 의도가 있었거나 이에 따르는 처신을 했을 때에도 범죄가 성립되도록 했으며 해외에서 뇌물을 받거나 비슷한 부정을 저질러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1981년 법 개정 시에는 뇌물수수자에 대해 형벌과는 별도로 받은 뇌물 전액을 반환하되 반환능력이 없을 때에는 그 액수에 따라 최고 5년의 징역을 부과하고 병과되는 벌금도 1만 싱가포르달러(약 87억원)까지 올렸다.
국가청렴도라고 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가 싱가포르가 된 연유를 살펴보면 자발적인 청렴이 아니었다는 점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치명적인 형벌이 뒤따르는 법령을 갖추고 강제적인 청렴을 내세웠으니 자생적 청렴국가는 아닌 셈이다. 마냥 부러워하거나 존경심을 가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모든 청렴은 그 국가와 민족의 도덕적 잣대와 국민성에서 발현돼야 한다. 그래야 연속성이 있고 진정성이 있다. 우리가 만든 청탁방지법, 김영란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개운하지는 않다.
청렴도에 관해서는 경주시가 할 말은 없다. 지난해 청렴도 조사에서 하위 수준에 머물렀으니 시민들에게 낯이 서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경주시청에 공직사회의 관행적 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청렴계단'을 만들었다고 한다. 시민이나 공직자들이 청사 계단을 오르내릴 때 볼 수 있도록 만든 배너 형태의 '청렴계단'은 '청렴韓 경주'를 슬로건으로 '경주시 모든 공직자는 금품·향응을 받지 않습니다', '청렴한 당신이 경주의 얼굴입니다' 등 청렴 의지를 담은 문구를 배너 형태로 설치했다.
과연 그 문구를 보고 청렴도가 하루아침에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보여주기식 슬로건을 만들어 소란을 피우더라도 근본적인 철학이 바뀌지 않는다면 헛구호일 수 있다. 그러므로 청렴계단을 만들 수밖에 없는 경주시의 다급함은 이해가 되지만 그 행위는 너무 초라하다. 전체 공직자가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한다는 자부심을 심어주고 근본적 철학을 바꿔주는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항구적인 대책이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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