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주 도로명 새로 붙이는 일 고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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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9-06-02 05:03본문
[경북신문=경북신문기자] 구미시가 판소리 명창 박록주 선생의 생가 인근 도로를 기존의 '관심로'에서 '박록주로'로 도로명을 바꿨다. 박록주 선생은 구미 고아읍 출신으로 동편제 창법의 국보적 존재로 중요무형문화재 판소리 예능보유자다.
구미시는 선생의 서거 40주기를 맞아 업적을 기리기 위해 도로명 변경에 이어 기념공연, 국악대전 등의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구미는 박록주 선생 외에도 역사적 인물을 기리는 도로명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여헌로(여헌 장현광), 경은로(경은 이맹전), 야은로(야은 길재), 왕산로(왕산 허위), 단계동(서)길(단계 하위지), 박정희로 등이 있다.
구미시의 이 같은 시도는 매우 바람직하다. 자기 고장의 명예를 높였거나 문화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인물의 이름을 주요 건물이나 도로의 이름으로 붙이는 일은 그 고장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다. 그리고 은연중 그 이름이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홍보하는 효과도 가져다 준다. 수원에 '박지성로'가 있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도로나 건물의 이름뿐만 아니고 동네 이름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인물이 태어난 곳에 그 인물의 이름을 붙여준다면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일에 서툴다. 도로명과 지명, 건물명은 단순하고 재미가 없다. 행정이 편한대로 강의 동쪽에 있는 도로면 강동로, 산 아래 있는 마을이면 산하동, 서쪽에 있는 마을이면 서면이라고 붙인다. 개성이 없고 쉽게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프랑스 파리의 국제공항은 '샤를르 드골 공항'이다. 1959년부터 1961년까지 프랑스 대통령을 지낸 샤를르 드골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위대한 프랑스'라는 민족주의 운동을 전개해 독자적인 핵무장과 북대서양 조약기구 로 부터 탈퇴를 선언한 그의 이름을 관문 공항 이름으로 붙일만 하다. 이 같은 예는 세계적으로 무수하게 많다. 다만 우리만 인색하다.
경주의 도로명을 정비하자는 말도 나온다. 신라 56 왕의 이름을 따서 주요 도로의 이름으로 붙이자는 의견에 공감한다. 그 용기를 내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신라 건국왕의 이름이 박혁거세고 마지막 왕이 경순왕이라는 것은 쉽게 알지만 나머지 왕들의 이름은 낯설다. 그들의 이름을 도로에 붙여 호명해 준다면 우리의 역사 인식도 새로워질 수 있고 경주의 역사 문화를 자연스럽게 홍보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구미가 그 도시의 예술가 이름을 도로명에 붙이는 용기를 낼 때 경주는 아직 그런 구상을 꿈도 꾸지 않고 있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구미시는 선생의 서거 40주기를 맞아 업적을 기리기 위해 도로명 변경에 이어 기념공연, 국악대전 등의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구미는 박록주 선생 외에도 역사적 인물을 기리는 도로명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여헌로(여헌 장현광), 경은로(경은 이맹전), 야은로(야은 길재), 왕산로(왕산 허위), 단계동(서)길(단계 하위지), 박정희로 등이 있다.
구미시의 이 같은 시도는 매우 바람직하다. 자기 고장의 명예를 높였거나 문화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인물의 이름을 주요 건물이나 도로의 이름으로 붙이는 일은 그 고장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다. 그리고 은연중 그 이름이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홍보하는 효과도 가져다 준다. 수원에 '박지성로'가 있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도로나 건물의 이름뿐만 아니고 동네 이름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인물이 태어난 곳에 그 인물의 이름을 붙여준다면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일에 서툴다. 도로명과 지명, 건물명은 단순하고 재미가 없다. 행정이 편한대로 강의 동쪽에 있는 도로면 강동로, 산 아래 있는 마을이면 산하동, 서쪽에 있는 마을이면 서면이라고 붙인다. 개성이 없고 쉽게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프랑스 파리의 국제공항은 '샤를르 드골 공항'이다. 1959년부터 1961년까지 프랑스 대통령을 지낸 샤를르 드골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위대한 프랑스'라는 민족주의 운동을 전개해 독자적인 핵무장과 북대서양 조약기구 로 부터 탈퇴를 선언한 그의 이름을 관문 공항 이름으로 붙일만 하다. 이 같은 예는 세계적으로 무수하게 많다. 다만 우리만 인색하다.
경주의 도로명을 정비하자는 말도 나온다. 신라 56 왕의 이름을 따서 주요 도로의 이름으로 붙이자는 의견에 공감한다. 그 용기를 내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신라 건국왕의 이름이 박혁거세고 마지막 왕이 경순왕이라는 것은 쉽게 알지만 나머지 왕들의 이름은 낯설다. 그들의 이름을 도로에 붙여 호명해 준다면 우리의 역사 인식도 새로워질 수 있고 경주의 역사 문화를 자연스럽게 홍보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구미가 그 도시의 예술가 이름을 도로명에 붙이는 용기를 낼 때 경주는 아직 그런 구상을 꿈도 꾸지 않고 있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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