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국사 상가 `홍등거리` 구상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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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9-07-15 20:23본문
[경북신문=경북신문기자] 불국사 지역은 경주의 관광자원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우리나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가운데 가장 먼저 등재된 불국사와 석굴암이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토함산 자락의 맑은 공기와 빼어난 자연경관으로 누구나 탐낼만하다.
국내의 유수한 사찰 주변 인프라 보다 훨씬 잘 정돈돼 있고 무질서하지도 않다. 하지만 한때 수학여행 필수코스였던 불국사가 외면당하면서 이 지역의 상가는 쇠퇴 일로를 걸었다. 설상가상으로 경주 지진 발생 이후 그 처지는 더 을씨년스럽다. 불국사를 찾는 관광객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숙박업소와 상가에는 스산한 바람만 분다.
그랬던 불국사 상가 주변이 천천히 살아나고 있다. 몇 곳의 빈집을 개조해 카페를 만들고 숙박업소에도 투숙객이 들고 있다. 잘만 가꾼다면 불국사 상가지역도 경주의 아름다운 여행자거리가 될 수 있다. 황리단길에 비해 접근성에서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여행자들 위한 인프라는 오히려 더 잘 갖춰져 있다.
냉정하게 생각한다면 경주시내에서 불국사 상가까지 시내버스 노선이 워낙 잘 돼 있기 때문에 불편하다고도 말하기 어렵다. 소란스러운 환경을 피하고 싶은 여행자들은 오히려 그곳이 더 좋은 환경이라고 반길만하다.
가로수터널이 잘 갖춰진 불국사 상가는 치밀하게 개발돼야 한다. 황리단길처럼 원칙 없이 마구잡이로 개발한다면 그곳도 테마 없이 그냥 즐길거리로만 가득한 거리로 전락한다. 불국사와 짝을 맞춘 격조 높은 개발로 경주의 관광 이미지를 높이는데 활용할 만하다. 그리고 이 길에 모여든 상인들이 거리 이름을 '불리단길'이라고 짓겠다고 한다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황리단길도 국적 없는 이름으로 지어져 입에 굳어져 버렸으니 정체성 측면에서 본다면 더 아름답고 경주다운 이름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깊게 생각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몇 개월 전 주낙영 시장이 베트남 후에를 방문했을 때 호이안을 추가로 방문했던 일이 있었는데 그때 호이안을 방문한 목적을 밝히면서 '홍등거리'를 벤치마킹해 불국사 거리를 '홍등거리'로 만들겠다는 발언을 했던 사실이 있었다.
정말 놀랄만한 발상이다. 홍등은 중국문화다. 호이안은 중국문화권이어서 홍등을 제작하는 상점이 많고 자연스럽게 조성된 '홍등거리'가 있을 수 있다. 물론 홍등이 유곽만 상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이미지가 유곽에 국한되면서 홍등에 대한 이미지는 그리 품격이 높지는 않다.
불국사 앞에 '홍등거리'를 만들겠다는 주 시장의 구상에 반대한다. '연등거리'라면 충분히 의미가 있고 불국사의 정체성과도 부합한다. 호이안 방문을 '홍등거리' 벤치마킹이라는 명분을 갖다 댄 것이 단순하게 외유성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변명이었기를 바란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국내의 유수한 사찰 주변 인프라 보다 훨씬 잘 정돈돼 있고 무질서하지도 않다. 하지만 한때 수학여행 필수코스였던 불국사가 외면당하면서 이 지역의 상가는 쇠퇴 일로를 걸었다. 설상가상으로 경주 지진 발생 이후 그 처지는 더 을씨년스럽다. 불국사를 찾는 관광객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숙박업소와 상가에는 스산한 바람만 분다.
그랬던 불국사 상가 주변이 천천히 살아나고 있다. 몇 곳의 빈집을 개조해 카페를 만들고 숙박업소에도 투숙객이 들고 있다. 잘만 가꾼다면 불국사 상가지역도 경주의 아름다운 여행자거리가 될 수 있다. 황리단길에 비해 접근성에서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여행자들 위한 인프라는 오히려 더 잘 갖춰져 있다.
냉정하게 생각한다면 경주시내에서 불국사 상가까지 시내버스 노선이 워낙 잘 돼 있기 때문에 불편하다고도 말하기 어렵다. 소란스러운 환경을 피하고 싶은 여행자들은 오히려 그곳이 더 좋은 환경이라고 반길만하다.
가로수터널이 잘 갖춰진 불국사 상가는 치밀하게 개발돼야 한다. 황리단길처럼 원칙 없이 마구잡이로 개발한다면 그곳도 테마 없이 그냥 즐길거리로만 가득한 거리로 전락한다. 불국사와 짝을 맞춘 격조 높은 개발로 경주의 관광 이미지를 높이는데 활용할 만하다. 그리고 이 길에 모여든 상인들이 거리 이름을 '불리단길'이라고 짓겠다고 한다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황리단길도 국적 없는 이름으로 지어져 입에 굳어져 버렸으니 정체성 측면에서 본다면 더 아름답고 경주다운 이름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깊게 생각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몇 개월 전 주낙영 시장이 베트남 후에를 방문했을 때 호이안을 추가로 방문했던 일이 있었는데 그때 호이안을 방문한 목적을 밝히면서 '홍등거리'를 벤치마킹해 불국사 거리를 '홍등거리'로 만들겠다는 발언을 했던 사실이 있었다.
정말 놀랄만한 발상이다. 홍등은 중국문화다. 호이안은 중국문화권이어서 홍등을 제작하는 상점이 많고 자연스럽게 조성된 '홍등거리'가 있을 수 있다. 물론 홍등이 유곽만 상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이미지가 유곽에 국한되면서 홍등에 대한 이미지는 그리 품격이 높지는 않다.
불국사 앞에 '홍등거리'를 만들겠다는 주 시장의 구상에 반대한다. '연등거리'라면 충분히 의미가 있고 불국사의 정체성과도 부합한다. 호이안 방문을 '홍등거리' 벤치마킹이라는 명분을 갖다 댄 것이 단순하게 외유성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변명이었기를 바란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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