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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국사 상가 명칭 `불리단길`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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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9-08-0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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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경북신문기자] 언어에서, 소리와 의미의 관계가 사회적으로 약속된 후에는 개인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특성을 '사회성'이라고 한다. 또 맞춤법이나 어법이 틀렸다 하더라도 동시대 사회 구성원이 모두 쓰고 있다면 인정해 주는 것도 '사회성'에 속한다.
 
  예컨대 일정한 정도나 한계를 훨씬 뛰어넘은 상태를 뜻하는 '너무'라는 부사가 종전에는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라는 뜻으로 부정적인 상황을 표현할 때만 쓰였지만 대부분의 국민이 '정말' 혹은 '아주'라는 긍정적인 상황을 표현하는 부사로 고쳐 써야 함에도 불구하고 '너무'를 마구잡이로 씀에 따라 국립국어원이 '한계에 지나치게'를 '한계를 훨씬 넘어선 상태로'라고 뜻을 수정하면서 긍정적인 말과도 함께 쓰일 수 있게 했다.

  일반적으로 문법과 어법에 맞춰서 써야 하는 단어에도 이처럼 사회적 약속에 따라 바꾸어 쓸 수 있는데 고유명사는 말할 필요가 없다.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을 짓는데 굳이 문법과 어법에 맞춰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경주의 새로운 명소가 된 '황리단길'이 대표적인 예다. '황리단길'은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아무리 이름이 갖는 의미를 찾으려 해도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황리단길'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경리단길'에서 빌려온 말이다. '경리단길'에는 일반적인 식당보다는 분위기 좋은 술집이나 카페가 많아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오고 내국인 관광객들도 일부러 그곳을 찾는다. 과거 육군중앙경리단(현재의 국군재정관리단)이 이 길 초입에 있어 '경리단길'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원래 도로명 주소는 '회나무로'다.

  '황리단길'은 그 거리의 분위기가 '경리단길'과 닮았다는 의미로 그 거리의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붙인 이름이지만, 의미도 국적도 정체성도 없어 참으로 난감한 이름이다. 하지만 이미 전 국민들이 이 거리를 '황리단길'이라고 부르니 새로 고칠 수도 없는 실정이 되고 말았다.

  최근 불국사 상가거리에 새로운 카페와 레스토랑 등 여행자 편의시설들이 들어서고 있다. 잘만 가꾼다면 경주의 또 다른 명소로 떠오를 가능성이 충분하고 불황을 겪었던 상가지역이 되살아날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지역의 이름이 미리 정착한 상인들 사이에 '불리단길'로 불리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상식적으로 '불리단길'은 경주를 대표하는 문화유적인 불국사를 낀 지역의 이름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상인들의 생각은 짐작할 수 있다. '경리단길'의 미름을 차용한 '황리단길'이 큰 성과를 거뒀으니 비슷한 이름의 '불리단길'이라고 부르면 시너지 효과를 얻지 않겠느냐는 짐작일 것이다.

  그러나 바라건대, 그 이름은 붙이지 말아주기를 바란다. 물론 경주시가 나서서 간섭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가능하다면 좋은 이름을 공모해 제대로 된 이름을 지어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경주와 지역의 정체성을 살리고 품위가 있는 이름을 가진 여행자 거리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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