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가 지배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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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09-01-15 14:12본문
로마의 여신 ‘미네르바’ 이름을 사용하는, 다음의 토론카페 아고라의 활동가 미네르바를 둘러싼 소동이 뜨겁다. 물론, 여신 이름을 사용한다 하여 그가 여성이라고 믿을 근거는 없다.
소동은 미네르바의 글에 열광하는 네티즌에서 시작되었다. 그가 우리나라의 경제위기를 심각하게 지적한 글을 포함한 글 200여 편을 아고라에 붙이자, 열렬히 호응하는 네티즌들이 생겼다. 그는 제대로 위기의 핵심을 짚는다 하여 ‘최고의 인터넷 논객’으로, ‘에측에 능하지 못한’ 경제 각료들과 비교되었다. 현재, 다음 카페에는 그의 글만 모아놓은 카페, 그를 사랑한다는 사람들이 모인 카페가 개설돼 있고 그를 ‘인터넷 경제 대통령’으로까지 추켜 세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미네르바 당사자인 박씨가 구속으로 소동은 최근 더 증폭됐다.
미네르바 소동의 증폭에 기름을 부은 격인 참가자들은 한 둘이 아니다.
KBS와 MBC,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냈던 성균관대 경제학과의 김태동 교수, 요즘 장안의 ‘이빨논객’으로 불리는 우석훈과 진중권 씨, 언론인들이 다 열혈 참가자다.
언론들의 활약은 재빨랐고 소동을 증폭시키는 데 결정적이었다. 새 사장 취임 후, 새로 편성된 KBS TV의 시사 프로그램 ‘생방송 시사 360’의 17일 방송이 미네르바를 부정적인 이미지로 덮어 씌웠고 그와 대조적으로 ‘국민방송’ MBC는 다음 날 뉴스 데스크에서 “미네르바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마감 멘트를 날렸다고 시시콜콜 보도했다. 그러자 네티즌들은 자신의 블로그에 보도를 부지런히 퍼 날랐다.
뿐인가? 언론들은 ‘생방송 시사 360’의 17일 방송에 출연도 했던 김태동 교수가 미네르바를 ‘국민경제 스승’이라고 불렀다는 소식, 우석훈과 진중권 씨가 이 소동과 관련하여 정부를 향해 쏟아낸 말들, 한 신문의 한 편집위원이 “청와대 익명의 소식통에 의하면 청와대가 실은 미네르바를 기용하려 한다”고 쓴, 그 자신은 패러디였다고 했으나 그야말로 황당칼럼도 낱낱이 보도했다. 이쯤 되면 컴퓨터 앞의 미네르바조차 이 소동을 보며 유쾌해 할지, 당황해 할지 가늠키 어렵다.
온라인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공동으로 지식을 쌓고 함께 사유하는 공간들이 있다. 네이버의 ‘지식 검색’은 쓸모 있는 지식만이 있는 공간은 아니지만 분명히 쓸모 있는 지식이 가득하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다 맞는 해석과 설명만을 싣고 있지는 못 하지만 늘 업데이트를 해 나가며 부정확한 설명 가능성이 높은 항목에는 그 사실을 밝혀 둔다. 문제의 논객 미네르바가 활약하는 다음의 토론카페 아고라에는 지성을 의심하게 하는 글과 댓글들도 많지만 함께 의견을 나누고 토론도 하는 기능이 분명히 뛰어나다.
이른바 ‘집단지성’을 믿는다. ‘집단지성’의 저자 피에르 레비는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가 이제 “우리는 생각한다”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더 일반화, 민주화 시켜 “우리는 함께 집단지성을 이룬다. 고로 우리는 뛰어난 공동체로서 존재한다”에 이르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정 조건에서 집단은 집단 내부의 가장 우수한 개체보다 지능적일 수 있으며 집단의 풍부한 인적 자원이 서로 연결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휴머니즘을 부른다고 집단지성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말하는데 그것을 믿고 싶다.
미네르바 소동이 이렇게까지 증폭된 큰 원인은 정부의 골통적 근시안에 있다. 사태가 벌어지면 으레 ‘배후가 누구냐’를 물어 배후만 잡으면 된다는 식의 발상이 미네르바 소동 배후에도 보인다. 미네르바 의견에 네티즌들이 뜨겁게 호응하는 까닭은 정부의 경제위기 대책이 토건∙건설경기 부양과 ‘있는 자들’을 위한 쪽으로만 가는 데 대한 불만과 불안 때문이라는 진단도 있건만 정부는 그런 진단을 들어보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그저 국민의 불안한 경제 정서 배후를 찾을 뿐이다.
미네르바가 인기 있는 논객인 것은 현재의 현상이다. 이 현상이 얼마나 갈지는 알 수 없다. 현재도 미네르바 의견의 전문성, 타당성에 모든 네티즌들이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집단지성의 공간에서 미네르바가 사유와 분석의 칼날을 세운 멋진 글을 계속 써나간다면 미네르바 현상은 오래 갈 것이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현상은 곧 스러질 터이다. 집단지성은 끊임없이 검증의 잣대를 들이대어, 있을 만한 현상만 지속시킬 것이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소동은 미네르바의 글에 열광하는 네티즌에서 시작되었다. 그가 우리나라의 경제위기를 심각하게 지적한 글을 포함한 글 200여 편을 아고라에 붙이자, 열렬히 호응하는 네티즌들이 생겼다. 그는 제대로 위기의 핵심을 짚는다 하여 ‘최고의 인터넷 논객’으로, ‘에측에 능하지 못한’ 경제 각료들과 비교되었다. 현재, 다음 카페에는 그의 글만 모아놓은 카페, 그를 사랑한다는 사람들이 모인 카페가 개설돼 있고 그를 ‘인터넷 경제 대통령’으로까지 추켜 세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미네르바 당사자인 박씨가 구속으로 소동은 최근 더 증폭됐다.
미네르바 소동의 증폭에 기름을 부은 격인 참가자들은 한 둘이 아니다.
KBS와 MBC,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냈던 성균관대 경제학과의 김태동 교수, 요즘 장안의 ‘이빨논객’으로 불리는 우석훈과 진중권 씨, 언론인들이 다 열혈 참가자다.
언론들의 활약은 재빨랐고 소동을 증폭시키는 데 결정적이었다. 새 사장 취임 후, 새로 편성된 KBS TV의 시사 프로그램 ‘생방송 시사 360’의 17일 방송이 미네르바를 부정적인 이미지로 덮어 씌웠고 그와 대조적으로 ‘국민방송’ MBC는 다음 날 뉴스 데스크에서 “미네르바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마감 멘트를 날렸다고 시시콜콜 보도했다. 그러자 네티즌들은 자신의 블로그에 보도를 부지런히 퍼 날랐다.
뿐인가? 언론들은 ‘생방송 시사 360’의 17일 방송에 출연도 했던 김태동 교수가 미네르바를 ‘국민경제 스승’이라고 불렀다는 소식, 우석훈과 진중권 씨가 이 소동과 관련하여 정부를 향해 쏟아낸 말들, 한 신문의 한 편집위원이 “청와대 익명의 소식통에 의하면 청와대가 실은 미네르바를 기용하려 한다”고 쓴, 그 자신은 패러디였다고 했으나 그야말로 황당칼럼도 낱낱이 보도했다. 이쯤 되면 컴퓨터 앞의 미네르바조차 이 소동을 보며 유쾌해 할지, 당황해 할지 가늠키 어렵다.
온라인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공동으로 지식을 쌓고 함께 사유하는 공간들이 있다. 네이버의 ‘지식 검색’은 쓸모 있는 지식만이 있는 공간은 아니지만 분명히 쓸모 있는 지식이 가득하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다 맞는 해석과 설명만을 싣고 있지는 못 하지만 늘 업데이트를 해 나가며 부정확한 설명 가능성이 높은 항목에는 그 사실을 밝혀 둔다. 문제의 논객 미네르바가 활약하는 다음의 토론카페 아고라에는 지성을 의심하게 하는 글과 댓글들도 많지만 함께 의견을 나누고 토론도 하는 기능이 분명히 뛰어나다.
이른바 ‘집단지성’을 믿는다. ‘집단지성’의 저자 피에르 레비는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가 이제 “우리는 생각한다”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더 일반화, 민주화 시켜 “우리는 함께 집단지성을 이룬다. 고로 우리는 뛰어난 공동체로서 존재한다”에 이르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정 조건에서 집단은 집단 내부의 가장 우수한 개체보다 지능적일 수 있으며 집단의 풍부한 인적 자원이 서로 연결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휴머니즘을 부른다고 집단지성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말하는데 그것을 믿고 싶다.
미네르바 소동이 이렇게까지 증폭된 큰 원인은 정부의 골통적 근시안에 있다. 사태가 벌어지면 으레 ‘배후가 누구냐’를 물어 배후만 잡으면 된다는 식의 발상이 미네르바 소동 배후에도 보인다. 미네르바 의견에 네티즌들이 뜨겁게 호응하는 까닭은 정부의 경제위기 대책이 토건∙건설경기 부양과 ‘있는 자들’을 위한 쪽으로만 가는 데 대한 불만과 불안 때문이라는 진단도 있건만 정부는 그런 진단을 들어보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그저 국민의 불안한 경제 정서 배후를 찾을 뿐이다.
미네르바가 인기 있는 논객인 것은 현재의 현상이다. 이 현상이 얼마나 갈지는 알 수 없다. 현재도 미네르바 의견의 전문성, 타당성에 모든 네티즌들이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집단지성의 공간에서 미네르바가 사유와 분석의 칼날을 세운 멋진 글을 계속 써나간다면 미네르바 현상은 오래 갈 것이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현상은 곧 스러질 터이다. 집단지성은 끊임없이 검증의 잣대를 들이대어, 있을 만한 현상만 지속시킬 것이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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