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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주시민들, 동국대 재학생 불만 청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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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21-02-0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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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재학생들 100명 중 98명이 학교 이전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는 아무리 생각해도 충격적이다. 그동안 경주시와 시민들은 동국대학교를 위해 무엇을 했던가 되돌아봐야 할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 셈이다.
   단순하게 지역을 대표하는 4년제 종합대학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류를 범했다. 그 학교가 발전하고 학생들이 졸업 이후 경주의 발전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아무런 장치를 만들지 않았다는 것은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사실이다. 학교 법인이 캠퍼스 이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을 때 일제히 일어나 법인의 결정에 삿대질만 했지 그동안 학교를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자기반성은 없었다.
   우선 동국대학교가 경주에 캠퍼스를 마련했던 초창기 결단을 되짚어본다면 매우 의욕적이고 의미심장한 것이었다. 대한민국 불교문화의 보고인 경주에 불교계가 만든 대학교의 캠퍼스가 자리잡는 것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역사문화도시라고 자랑하면서 4년제 대학교가 하나도 없었던 경주에 국내의 대표적인 대학교가 캠퍼스를 만든 것은 경주시민들이 두고두고 감사해야 할 대목이다.
   물론 대학의 경영이 어려워지자 캠퍼스 이전을 고려한 학교 법인에게는 매우 섭섭하다. 그리고 교육부의 대학 평가 기준이 취업률 위주로 바뀐 한심한 잣대에 대해 비판은 하지 못할망정 다소곳하게 순응해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이전도 불사한다는 협박을 했으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최소한 동국대학교라는 학교는 우리나라 인문학의 요람이고 전통문화와 예술을 선도하는 대학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학교 법인이 그것을 여지없이 깨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에 와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경주시와 시민들의 무관심이 이 상황에까지 이르게 한 요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대학교가 생기고 그것으로 얻을 수 있는 모든 이익을 고스란히 앉아서 받아먹겠다는 무임승차 의식이 대학의 발전은 물론 학교와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교류를 막았다. 대도시보다 비싼 임대료를 받아 챙긴 임대업자들의 행위도 괘씸하다. 대학문화 공간 하나 변변하게 만들지 못하고 대학 주변 마을을 온통 술집거리로 만든 지역민들의 잇속 챙기기도 비판받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경주시는 동국대학교 재학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귀를 기울이기를 촉구한다. 버스노선 조차 불편하다고 호소하도록 방관한 행정이 지금에 와서 이전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면 누가 그 목소리를 곧이듣겠는가. 경주시에 대학 지원을 위한 특별한 부서를 하나 신설해야 한다. 지역의 발전은 단순하게 공장을 유치하고 관광객을 불러모은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 버팀목이 돼야 할 아카데미가 흔들리는데 무슨 역사문화도시라고 공허하게 외칠 것인가.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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