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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간판 서두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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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3-07-1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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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국제도시다. 그러나 매우 폐쇄적인 도시다. 간판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 전체가 가지는 문제점이기도 하지만 경주의 경우에는 다른 도시와 달라야 한다. 이정표에 표기된 영어는 당연한 것이고 주요 시설물이나 영업장에는 반드시 영어식 표기를 병행해야 한다.

외국인이 경주에서 식당을 찾거나 약국을 찾으려 할 때 막막해진다. 그들의 눈에는 네모반듯한 문자만 나열돼 있고 어디에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영어를 병기해 둔 곳이 없다. 마치 우리가 중동의 어느 작은 시골마을에 도착했을 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되는 아랍문자가 빼곡한 것을 보고 당황하는 것과 같다.

경주를 찾는 외국 여행자들은 터미널이나 기차역, 혹은 미리 구입한 영어 안내서에 의존해야 한다. 그러나 작은 지도에 표기된 시설물을 찾아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근처에 와서도 어느 곳이 자신이 원하는 곳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경주가 국제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모든 간판에 최소한 영어표기는 해야 한다.

그리고 무분별하게 난립한 간판도 정돈해야 한다. 혹자는 이렇게 들쑥날쑥한 간판이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맞는 이야기다. 이렇게 화려하고 혼란스러운 간판배열은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만 구경할 수 있다.

하지만 경주는 매우 안정된 도시다. 고요하고 정갈해야 경주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에서 계획적으로 간판을 정비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마치 평양거리처럼 일률적이고 통일된 간판으로 바꿔서는 안 된다. 이를테면 팔우정 해장국거리 간판은 다양성을 깡그리 무시한 몰개성적인 간판 배열이다.

현대는 비주얼의 시대다. 각각의 업장 성격에 맞는 디자인과 개성이 강한 간판을 달아야 한다. 간판 하나만 보고 상호를 읽지 않더라도 식당, 기념품 가게, 약국, 빵집을 구별할 수 있게 하면 더욱 좋다. 오스트리아 찰스부르크의 게테라이데 거리를 본받자는 말은 아니다. 각각의 도시는 그 도시가 안고 있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다. 도시의 성격에 맞는 간판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경주가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서둘러야 할 것이 바로 간판의 영어표기와 정비다. 개인의 책임기도 하지만 행정기관이 나서서 도와줘야 할 일이기도 하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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