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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자율학습 폐지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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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4-02-25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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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일반계고등학교에는 자율학습이란 것이 있다. 야간에 많이 이뤄지기 때문에 ‘야자’라고 한다.
그런데 학생들은 강제자율학습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지역의 한 교육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강제적 자율학습 참여가 학생들의 인생설계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 34.1%, ‘아니다’ 31.5%, ‘적당하다’ 24.4%, ‘그렇다’ 8.4%, ‘매우 그렇다’ 1.6%로 나타났다. 66%의 학생들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당연한 것이다. 억지로 하는 공부, 보여주기식 공부가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비록 인문계 고교에 진학했더라도 대학진학에는 별 관심이 없는 학생들이 많다. 학교는 이런 아이들까지 한 교실에 넣어 늦은 밤까지 억지로 잡아두고 있으니 ‘야자’는 떠드는 소리로 가득하고 공부하는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그나마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는 아이는 나는 편이다.
‘야자’는 처음 시작할 때는 물론 도중에도 불참이 허용되지 않는 비민주적인 프로그램이다. 학기초 학생들이 교사에게 야자 참여를 하지 않겠다고 말을 꺼내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한 아이에게 이를 허락할 경우 다른 아이들의 요구가 봇물 터지듯 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분위기를 해친다”는 것이 교사가 허락하지 않는 주요 이유다.
그러나 모든 아이들이 학교공부만으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일반계고에 다니고 있으면서도 음악이나 미술, 체육, 요리, 애니메이션 등에 관심이 더 많은 아이들이 있다. 지금의 학교는 이들마저 강제자율학습으로 밤늦게까지 잡아두고 있는 것이지금의 현실이다.
이처럼 ‘야자’가 별 효과가 없는데도 대부분의 학교들이 이들 고집하고 있는 이유는 사교육을 줄인다는 명분이 있고, 학부모들도 이를 원하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학부모들도 강제적인 야자는 원치 않는다는 비율이 높았다. 그렇다면 교육당국은 야자의 학습 효과, 교육적 의미 등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
굳이 이를 시행하려면 지금 당장 희망하는 아이들만 따로 모아 공부하는 공간을 제공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이 떠들지 말도록 감독하며 돌아다니는 교사도 필요 없다. 아이들이 자율학습 시간에 모르는 것이 있으면 요즘처럼 발전한 IT기술을 이용해 질문사항을 웹 공간에 올려 놓으면 교사들이 답을 하는 방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강제자율학습이라는 말이 ‘강제’와 ‘자율’이라는 모순된 말로 이뤄진 것처럼 현실에서도 모순되게 운영되고 있다. 이는 은연중 학생들에게 사회의 모순된 현상에 무비판적으로 순응하라고 가르치는 것과 같다. 학교와 교육계는 언제까지 효과도 없고 비교육적인 이 구식 ‘강제자율학습’을 계속할 것인가.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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