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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성대 기우는데 "안전성 문제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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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4-10-0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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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시 반월성 동북쪽에 위치한 첨성대는 한민족의 자긍심, 그 자체다. 굳이 부연 설명할 필요도 없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속 뭉클함을 감출 수 없는 현존 역사물이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너무나 깨끗이 정돈된 주변에 비해 정작 첨성대 자체는 보는 사람이 아슬아슬할 정도로 상처투성이다. 돌 벽돌 이음새 곳곳이 성한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닳아있다. 아귀도 맞지 않아 벽돌이 언제 삐쳐 나올지 조마조마하다. 그러고 보니 떡하니 서있던 첨성대도 언제부터인가 한쪽구석으로 자꾸 무너지는 듯한 감을 지울 수가 없다. 1천400 성상을 버텨온 첨성대가 하루아침에 무너지겠냐는 막연한 믿음(?)이 지배하고 있지만 보는 이의 마음도 함께 무너져 내린다. 최근 첨성대를 본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이 국보 31호 첨성대가 해마다 1㎜씩 기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09~2010년 사이 첨성대를 안전점검한 뒤 이런 결과를 밝혀낸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현재 첨성대는 기단중심과 정상부에 있는 정(井)자석 중심을 비교하면 북쪽으로 200㎜, 서쪽으로 7㎜ 정도 기울어져 있다. 이것을 입면상의 각도로 본다면 약 1도19분이 기울어져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세계 최고(最古)의 천문대이자 신라왕국의 대표적 석조물인 첨성대가 이렇게 기울어지고 있는데도 당국은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너져가고 있는 선조의 유물을 속수무책인 채로 바라보고 있는 후손으로서 부끄러울 뿐이다. 대비태세 조차 돼있지 않다.
 지난 50년 간 문화재청이 첨성대에 대한 정밀 보수 관리를 실시한 건 단 3차례 뿐 이었다. 그리고 2010년부터 시작된 2차례의 정기조사는 조사자가 현장을 찾아 눈으로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안전진단을 하면서 추가 침하 가능성과 침하 원인 등을 밝히는 데 필요한 지반상태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최근 첨성대가 북쪽으로 23cm가량 기울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상태다.    
 첨성대는 벽돌을 쌓아올려 만든 조적식(組積式) 석조문화재로 지반이 불균등하게 침하하는  부등침하(不等沈下)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반조사 등 정밀안전진단은 석조문화재 보호에 필수 사항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 해마다 1㎜ 정도씩 기우는 것이 2009년 확인됐는데도 경주시는 지반상태조사는 물론 별다른 안전조치 없이 4년여 간 방치한 것이다. 결국 지난 8월 문화재청이 발표한 특별 종합점검에서 첨성대는 밑에서 두 번째인 'D'등급을 받았다.
 상황이 급박하자 문화재청은 1일 부랴부랴 긴급 현지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그러면 다행이다. 하지만 국민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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