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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황리단길, 싱가포르의 하지레인 본받을 필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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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21-05-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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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말레이인과 화교, 인도인들이 뒤섞여 살아가는 다민족 국가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에 다양함 눈화가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이들의 문화는 싱가포르 곳곳에 펼쳐져 있어 한 나라에서 3개국의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말레이 빌리지와 차이나타운, 리틀인디아를 걸어보면 직접 말레이시아, 중국, 인도를 가지 않더라도 로컬의 향기를 듬뿍 느낄 수 있다.
   말레이빌리지에는 원래 원주민들이었던 말레이인들의 고유의 가옥과 문화를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고 차이나타운에는 싱가포르에 정착해 성공을 거둔 화교들의 경제적인 성장과정과 중국 전통문화를 자연스럽게 가까이서 접할 수 있다. 그리고 리틀인디아에는 노동자로 이주해 온 인도인들이 모여 힌두교의 전통을 이어가는 모습을 한눈에 본다.
   그 가운데 매우 특이한 구역이 있다. 바로 아랍스트리트다. 싱가포르에 사는 무슬림들이 술탄 모스크를 건립하고 이슬람의 발상지인 아랍의 모습을 재현해 둔 거리다.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좁은 곳이긴 하지만 이슬람 문화를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여행 마니아들은 동남아시아에서 중동을 느끼려고 많이 찾아간다
   이슬람지역인 아랍스트리트 뒷골목인 하지레인은 매우 매력적인 곳이다. 이곳에는 예술가들의 공방과 독특한 패션의 옷가게들이 늘어나면서 최근 '뜨고 있는' 거리로 알려져 있다. 이슬람 교리의 금주령과 달리 주료 판매도 허용돼 있다. 하지레인에는 다양한 상점과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가 즐비하다. 그 가게들은 하나같이 예술적인 디자인과 기발한 실내장식으로 싱가포르 현대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단순하게 여행자들이나 현지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유흥가가 아니라 싱가포르의 현대문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싱가포르의 하지레인과 유사한 골목이 바로 경주의 황리단길이다. 여행자들이 집중적으로 모이는 지역으로 경주의 주요 관광지와 인접해 있어 경주 문화의 현주소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황리단길에서는 어느 곳 하나 문화적 아름다움을 느낄만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 철저하게 상업적인 디자인으로 만들어져 경주의 정체성이나 예술적 감성을 접할 곳이 없다.
   하다못해 오랜 역사를 가진 세계적인 여행자거리인 태국 방콕의 카오산로드도 대부분의 점포나 게스트하우스들이 태국 전통의 멋을 듬뿍 느끼게 꾸며져 있어 방콕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실감나게 해 준다. 국적 없는 꾸밈과 식단, 품목들로 황리단길이 얼마나 여행자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 황리단길의 대표적인 인사가 하지레인을 한 번이라도 찾아 어떻게 성공했는지 벤치마킹을 해볼 필요가 있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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