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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북시장 현대화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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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6-04-03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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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 해협의 항구도시 반다르아바스 지역에는 기가 막힌 재래시장이 있다. 반다르아바스에서 불과 1시간 정도 떨어진 미납이라는 곳에 매주 목요일마다 들어서는 장터에는 페르시아 남부의 원주민 여성들이 히잡과 가죽으로 만들 가면을 쓰고 장터에 나와 고유한 토산품을 판다. 이 시장은 아주 작은 시골마을의 이름 없는 시장이지만 반다르아바스를 찾는 관광객들은 일부러 목요일에 맞춰서 방문할 정도로 시장 하나가 지역의 대표적인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그 시장은 그냥 벌판에 존재한다. 아무런 치장도 없고 편의시설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관광객들은 기 시장을 주목한다.
 에티오피아의 유일한 이슬람 도시 하라르의 구시가지 초입에는 또 기가 막힌 노천시장이 펼쳐진다. 랭보가 하라르 커피 중개상을 하면서 살았던 그림처럼 아름다운 도시지만 이 도시 골목길에 시장이 없었다면 아마도 매우 허전했을 것이다. 하라르 골목시장 역시 지역 주민들이 채소와 과일, 곡식을 꺼내들고 나와 골목의 담벼락에 철푸덕 앉아 노점을 편다. 에티오피아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아디스아바바에서 10시간이나 걸리는 이 도시에 랭보와 노천 시장을 보러 장거리버스를 탄다.
 하나를 더 소개하자.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는 수크와키프라는 오래된 재래시장이 있다. 도시 전체가 사막에서 일어난 초현대적 시설로 새롭게 거듭났지만 페르시아만의 항구도시에 세워졌던 전통시장인 수크와키프는 수백년 모습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이곳에는 아랍 전통 향신료와 금은보석, 먹을거리가 넘쳐나고 하얀 전통 담장에 널어둔 카펫은 마치 아라비안나이트의 현장에 온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손대지 않고 보존한 수크와키프는 도하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 콘텐츠다.
 경주 양북면의 양북시장이 신축된다. 1942년 개설돼 70여년의 전통을 가진 장옥이 낡아 새로 짓는다는 것이다. 양북시장은 그동안 오랜 세월을 주민들과 함께하면서 5일장으로 지역의 농특산물과 여러 가지 잡화 등을 판매해 왔다. 올해 8월까지 20억 원을 들여 6374㎡ 부지에 연면적 1128㎡ 지상1층 철근콘크리트조로 점포 66개소가 입점할 예정이다. 또 시장운영을 기존 5일장에서 상설시장으로 변경해 이용객 편의도모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문무대왕 해양문화창조 프로젝트, 장항사지 5층 석탑, 감은사지 쌍탑, 기림사, 토함산 자연휴양림 등 유적지와 연계해 관광객들의 먹거리투어 등의 특화시장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또 하나의 아름다운 우리 문화유산이 사라진다. 낡고 허술한 것이 매력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행정 편의주의다. 물론 신축하면 상인들과 소비자들은 편리하다. 편리함을 위해 거약의 돈을 들여 아름다움을 망치는 행위다. 지난 50여년 우리나라는 이런 편의주의 때문에 대부분의 아름다운 유산을 망쳤거나 훼멸했다. 경주시가 또 그런 일을 저지른다. 낡은 채 불편한 곳만 수선하는 지혜를 내놓지 못했다. 늘 새로운 추구하는 과오를 저질렀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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