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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사지 문화재 훼손 변명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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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6-04-24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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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가 '황룡사 역사문화관' 부대시설 공사를 진행하면서 통일신라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유구를 훼손한 일이 벌어졌다. 이 공사는 문화재위원회의 허가를 받지 않고 벌였다. 공사 현장이 황룡사지여서 더욱 충격적이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행정이다.
 이 같은 놀라운 일은 11일부터 황룡사 역사문화관 주변을 두르는 석축 및 배수로 공사를 진행하면서 공사에 동원된 굴착기가 통일신라시대의 유물로 추정되는 적심석(건물 밑바닥에 까는 돌)을 훼손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 사단이 일어난 후에도 관계자는 외부에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사실은 우연히 현장을 찾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연구원의 제보로 신라왕경사업추진단이 조사에 나서 밝혀진 것이다.
 경주시가 추진한 공사는 '황룡사 역사문화관' 석축 공사다. 경주시는 이 공사를 문화재위원회와 신라왕경사업추진단에 통보하지 않았다. 문화재 주변에서 공사를 추가로 추진할 경우 현상변경 신청을 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아마 역사문화관을 6월까지 개관하겠다고 밝혀놓고 개관 시기를 맞추려다 보니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 문화해청 관계자의 추정이다.
 문화재보호법 99조에는 사적 등 국가지정문화재에서 현상변경 허가 없이 무단으로 공사를 할 경우 최대 5년형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정해놓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번 공사로 문화재가 훼손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주시의 책임 공무원들에 대한 감사와 시공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형사고발을 요구했다.
 훼손된 유구가 어떤 성격인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신라 왕경 시설물의 일부로 수로 관리시스템의 일부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하고 있다. 유물 가치의 경중을 떠나 경주시의 실책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유물은 한 번 훼손되면 영원히 복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전혀 발굴이 이뤄지지 않았던 유구가 훼손돼 우리는 신라 왕경의 중요한 시설물 하나를 놓칠 위기에 왔다.
 경주는 그동안 신라왕경 복원이라는 중차대한 현안을 달성하기 위해 앞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주를 방문해 왕경복원 사업에 힘을 실어준 사업은 가속도를 붙였다. 여기에서 사단이 났다. 경주시의 관계자들의 실책도 문제지만 문화재청의 관리감독도 허술했다. 양 기관이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문화재는 오랜 세월 시간을 두고 복원하고 보존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하나의 문화재를 복원하는데 수십 년의 세월을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엇이 그리 급하다고 서둘렀는지 묻고 싶다. 역사문화관이 그렇게 위중한 것이었는지도 따지고 싶다. 혹시 윗전과 시민들에게 하루바삐 성과를 드러내 칭찬을 받고 싶었던 것이 아닌지 질타하고 싶다.
 경주가 어떤 도시인가. 문화재 하나로 명성을 이어가고 자부심을 가지는 도시다. 이 도시에서 문화재를 훼손하는 참사가 일어난 것은 두고두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꼴이 됐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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