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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밤을 밝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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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7-06-2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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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경주의 밤은 어둡다. 최근 활기를 띠고 있는 사정길 카페거리도 밤이 되면 인적이 끊긴다. 심지어 여행자들이 가장 많은 주말에도 해가 지면 서둘러 카페들이 문을 닫는다. 최소한 10시 넘어 까지는 젊은 여행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차도 마시고 술도 마시는 것이 여행지의 카페 풍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주의 새롭게 조성된 카페거리나 원도심은 밤만 되면 어두워진다.
 여행자들도 이런 분위기라면 경주의 밤을 거닐기 싫어한다. '신라의 달밤'을 즐기는 것은 노래가사에나 존재할 뿐이다. 낮 시간에는 유적지에서 즐기고 밤 시간에는 지역의 상권을 살리는 데 도움을 줘야 할 여행자들이 경주의 밤을 어둡기 때문에 싫어한다고 한다. 오랫동안 지속돼 온 이 현상을 경주시는 아직도 방관만 하고 있다. 밤 시간의 상권 활성화를 위해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는 기색이 없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대표 관광지는 늦은 밤까지 밝은 불빛 아래 여행자들이 즐긴다. 그들이 밤에 쓰는 돈은 바로 그 지역의 수입이다. 그런데 경주는 여행자들이 저녁시간에 돈을 쓸 기회를 스스로 거부하는 듯하다.
 밤 문화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경주의 관광산업 발전 전략 가운데 중요한 항목인 것 같다. 야시장을 만들었지만 지역의 주민들만 옹기종기 이용할 뿐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곳은 아닌 것 같다. 접근성도 떨어지고 경주 야시장만의 차별성도 없다. 자유롭게 앉아 술잔을 기울일 포장마차도 사라진지 오래다.
 싱가포르의 사테(꼬지구이) 스트리트는 낮에는 금융가가 밀집한 도심이지만 저녁 7시만 되면 통제하고 그 넓은 도로 위에 각종 육류와 해산물을 꼬지에 구워서 파는 포장마차로 변신한다. 그곳에서는 싱가포르 시민들도 찾아와 즐기지만 대다수가 여행자들이다. 인도차이나의 풍미인 꼬지에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싱가포르의 밤을 즐긴다. 이런 모습은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가까운 아시아 국가에서는 어디를 가나 쉽게 볼 수 있다. 방콕이 그렇고 타이베이가 그렇다. 심지어는 하노이가 그렇고 라오스의 시골마을 방비엥도 늦은 밤까지 불야성을 이룬다.
 경주도 밤 문화 활성을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불필요한 규제와 법은 풀고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 봐야 한다. 원도심의 도로가 상점이 저녁 9시만 되면 불을 끄고 셔터를 내려버리는 암흑도시 경주에서 밤을 즐기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존 상인들의 노력과 양해도 필요하고 경주시의 적극적인 리드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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