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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분홍 억새 군락지와 시민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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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7-11-06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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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뮬리'라고 불리는 분홍 억새가 군락을 이룬 첨성대 주변에는 이번 가을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억새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탄성을 지르는 이들로 넘쳐났다. 그러나 가까이 가보면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벌어져 있었다.
 억새가 피어 있는 곳에는 사람들이 무단으로 침입해 없었던 길이 나 있고 억새는 상당부분 쓰러지고 뭉개져 있다. 군락지에 접근할 수 없도록 경계에 금줄을 쳤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줄을 무시로 건넜다는 증거다.
 금줄 밖에서 바라보거나 만져도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억새 가운데로 나아가려 했다. 한 사람의 연로한 관리인이 있었지만, 관리인이 수시로 호각을 불어대는데도 불구하고 관리인의 눈이 다른 곳으로 향하면 재빠르게 금줄을 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게 우리 국민들의 의식수준인가 해서 안타깝기 그지 없는 장면이다.
 분홍 억새 군락지는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부산 대저생태공원, 양주 나리공원, 태안 청산수목원 등 최근 다양한 곳에서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그 곳에서 소위 '인생샷'을 찍기 위해 안달이 나 있다. 우리나라의 분홍 억새 군락지 모두가 어처구니없이 미진한 시민의식으로 망가져 버렸다는 뉴스가 어느 텔레비전 매체를 통해 방송된 적도 있었다.
 이 정도라면 우리의 시민의식은 후진국 수준이다. 가령 잔디밭에 들어가지 말라는 푯말을 본 것은 수십년이 지났다. 잔디는 한 번 망가지면 그것을 복원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잔디는 생장력이 뛰어나 망가진 곳을 수리하는 것이 쉽다. 그래서 요즘에는 잔디밭에 들어가는 것은 허용하는 편이다. 분홍 억새처럼 한 번 망가지면 그 시즌이 엉망이 되는 경우는 경우가 다르다.
 첨성대의 분홍 억새 군락지가 망가진 것은 물론 경주시민들의 의식 수준은 아니다. 경주를 찾는 수많은 여행자들 정신세계의 현주소다. 한 때 동남아나 중국으로 여행을 하는 단체 관광객들의 추태가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그 정도의 수준이라면 조롱을 받아도 싸다는 내부의 반성이 있고 난 후 요즈음은 비교적 수준 높은 여행자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은 그 자리를 중국인들이 메우고 있다.
 눈으로 보고 즐기고 그 아름다움을 가슴에 담아두고 추억으로 반추하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우치기 위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세월을 배내야 하는 것일까? 경주와 우리나의 분홍 억새 군락지가 망가져 버린 사실을 본다면 우리의 의식수준을 다시 한 번 가다듬는 시도를 해야 할 것이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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