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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키다리 아저씨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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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7-12-27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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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수백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27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이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박 특검은 구형 이유에 대한 발언에서 "최씨에게 고가의 말을 사주던 해에 삼성이 한 시민단체의 후원금을 모질게 중단한 점을 보면 뇌물이 사회공헌활동이라 주장하는 이들의 인식수준을 알 수 있다"며 "거액을 불법 지원한 행위를 사회공헌활동이라 하는 건 진정한 사회공헌에 대한 모독"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같은 날 전혀 다른 흐뭇한 이야기가 대구에서 전해졌다. 이름도, 얼굴도 알려지지 않은 대구의 '키다리아저씨'가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거액의 수표를 내놓고 떠났다는 소식이다. 조용한 그의 선행은 벌써 6년째 계속되고 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특유의 경상도 말투를 쓴 그는 "주말에 잠깐 시간을 내달라"고 했다. 직원들은 단번에 그가 누군지 알아챘다.
 성탄절을 이틀 앞둔 지난 23일 저녁 무렵 모금회 직원 3명이 찾아간 대구 수성구의 한 허름한 횟집에 드디어 키다리아저씨 부부가 나타났다. 검소하고 평범한 차림의 60대 부부는 주머니에서 흰 봉투를 꺼내 내밀었다, 안에는 1억2천여만원이 찍힌 자기앞수표가 들어 있었다. 모금회 직원을 통해 전해들은 키다리아저씨의 말은 "돈이 남아서 기부하는 것이 아니다. 쓰고 싶은 돈이 있지만 내 돈이 아니라고 생각해 아끼고 절약해 매달 1000만원씩 적금을 넣는다"는 것이다.
 그는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 익명으로 1억원을 낸 이후 지금까지 6년간 7차례에 걸쳐 8억4천여만원을 기부했다. 대구모금회의 역대 누적 개인기부액 중 가장 큰 액수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익명의 기부자. 추운 겨울 가슴을 녹이는 미담이다. 우리 사회는 이런 이가 있어 각박하지 않다. 아직도 이런 사랑이 남아 있어 위기의 대한민국호는 무탈하게 순항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나의 것을 나눈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공헌은 기업윤리와 직결된다.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거액의 뇌물을 바친 삼성의 경우는 우리 뒤로 밀쳐두자. 경주의 공단에도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있다. 그들이 이윤을 남기는 것은 경영의 덕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뿌리내린 지역의 덕이기도 하다. 이들이 지역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공헌을 하는지 한 번 돌아봐야 한다. 이 겨울 외로움과 추위에 고통받는 이웃이 없는지 살펴봐야 할 때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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