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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이 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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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북신문 작성일21-01-26 19:35 조회5,9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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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의 순혈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정의당에서 당 대표가 같은 당 의원을 성추행한 사건은 우리나라 진보정치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 같다. 특히 정의당에게 매우 우호적이었던 20~30대 청년층의 실망감은 유독 큰 모양새다. 더구나 평소 젠더 문제에 있어서 가장 앞서가는 모습을 보여왔던 정당의 대표가 성추행을 했다는 사실은 도무지 용납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반면 피해자가 사실을 밝힌 용기와 정의당의 대처에 대해 지지하는 이들도 있다. 쉽게 발설할 수 없는 피해 사실을 말한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아무리 국회의원이라지만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매우 고민이 컸을 것이다. 여기에 정의당과 가해자인 대표의 대처방식도 비교적 신속했고 정직했다. 당 차원에서 대처법을 밝히고 가해자도 추후 수순을 밝혀서 한 줄기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이 지지자들의 생각이다.
   한때 일본의 정치인이 말한 '정치에 있어서 배꼽 아래의 문제는 거론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과거 우리 정치에도 통했던 시절이 있었다. 얼마나 무지막지한 관행이었던가. 세상이 밝아지기 전의 우리 정치계에서는 무수하게 많은 젠더 문제가 있었다. 그러다가 여성의 인권이 현격하게 신장이 되고 지금은 정치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이 문제는 심각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으로 변했다.
   우리 정치계에서 심각한 스캔들이 됐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미투사건은 우리 정치판을 뒤흔들었다. 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국가인권위의 결론이다. 그런 과정에서 젠더 갈등에서 가장 앞선 목소리를 냈던 공당의 대표가 동료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문제는 이 문제를 진보정당과 운동권의 관행인 것처럼 생각하는 점이다. 드러난 사실은 진보 진영의 사건이 두드러지게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보 진영의 정치인들이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성추행과 폭력은 반드시 사라져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드러난 몇 가지의 사실만 가지고 한쪽 진영을 완전히 윤리적으로 파탄에 이른 집단으로 몰아가서는 곤란하다. 한 네티즌이 "원래 민주주의와 가장 거리가 먼 사람들이 '민주'를 달고 다니고 정의와 가장 거리 먼 사람들이 '정의'를 달고 다닌다"고 비꼰 사실이나 "운동권의 추악함 잘 보고 있다"는 평가는 지나치다.
   젠더 갈등이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치닫는 계기가 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다만 우리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다시 한번 비꼬인 성적 관념을 바로잡는 기회로 삼아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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