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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틀을 바꿔야 전통시장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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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북신문 작성일15-09-03 20:15 조회5,1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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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시장을 살리고자 하는 노력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동일하다. 전통시장은 그 나라의 문화와 전통, 그리고 서민들의 통시적 삶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서민경제의 가장 예민한 바로미터가 전통시장이다. 전통시장이 살아나야 서민경제도 활기를 띈다. 더구나 대형할인마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전통시장 상인들과의 갈등이 첨예한 시점에서 전통시장의 새로운 활로를 찾는 일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시급한 현안이 됐다. 경주도 마찬가지다.
 전통시장 살리기에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마켓홀'을 꼽는다. 사업비 2천200만원을 들여 민간투자 방식으로 지었다. 마켓홀은 로테르담 시내 블라크 광장에 만들었다. 말발굽 모양의 터널형 구조물을 만들고 그 안에 농수산물 시장을 집어넣었고 좌우 벽에는 아파트를 지었다. 약 280가구가 입주한 이 아파트의 창으로 내다보면 시장이 훤하게 다 보인다. 주민들은 소음도 냄새도 없으며 시민들의 생동감 있는 모습을 내려다 볼 수 있어서 매우 만족한다고 말한다. 전통시장을 품고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인 것이다.
 여기에 마치 미술관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획기적인 조형물과 예술작품이 천장과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꽃과 곤충, 신선한 시장의 먹거리들, 그리고 현재와 미래의 건축물까지, 로테르담 시의 정체성을 담겨져 있다. 마켓홀은 개방후 한달만에 100만명의 시민과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기적을 만들었다.
 이같은 건축물을 짓는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로테르담 시민들의 적극적인 자세에서 비롯된다. 추진력이 강하고 실험적인 예술화 사업에 거부감이 없었으며, 무엇보다 열린 자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거기에 로테르담시의 행정 공무원들이 최고의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해 건축물 공모를 전세계의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경주의 전통시장 살리기를 생각해 보자. 중소기업청에서 전통시장 시설현대화 사업, 경영혁신사업, 문화관광형시장 사업, 골목형시장 사업 지원예산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단 경주뿐이겠는가. 우리나라 지자체의 상황은 거의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정도로 전통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은 무리다. 야시장을 만들고 아케이드를 덮고, 시설을 현대화하고, 상인대학을 운영하는 일이 도대체 시민들에게 어떤 호응을 얻을 것인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생각의 틀을 바꿔야 한다. 정부 예산만 쳐다보고 있는 소극적 방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켓홀처럼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과감한 투자유치를 끌어낼 필요가 있다.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늘 하던 것만 가지고 고민하고 앉아 있을 일이 아니다. 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하는 공무원들이 더 멀리 보고 더 많이 봐 안목을 넓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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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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