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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 공직사회 시인하는 경북도의 '복면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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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북신문 작성일15-12-03 19:42 조회5,3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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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5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로는 최초로 시행했던 경상북도의 '복면 토론회'가 정부 인사혁신 우수사례로 선정됐다고 한다. 3일 서울지방경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정부 인사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광역지자체로는 유일하게 인사혁신사례로 선정된 '복면 토론회'를 선보였다. 이번 우수사례 경진대회는 인사혁신처 출범 1주년을 맞아 인사혁신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우수사례 발굴로 인사혁신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열렸다.
 경북도가 이날 경진대회에서 발표한 복면토론회 '비간부회의'는 7급 이하 젊은 직원들이 복면을 쓰고, 별명을 사용하는 등 신분을 감추고 회의에 참석해 도정과 간부들에게 쓴 소리, 곧은 소리를 전하는 공직문화 개선 프로그램이다.
 경상북도는 지난 4월 도 및 시군, 출자출연기관 전 직원을 대상으로 '공직개혁의 선봉! 미래 국민일꾼 개선장군! 선포식'을 갖고 인사혁신과 공직개혁을 본격 시작한 바 있다. 그동안 도지사와 젊은 직원들 간 '수다 나눔 Beer Day', 부지사와 직원들 간 '아날로그 소통 막걸리 Day' 등을 마련해 공직사회 사기진작 및 생산성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얼핏 생각하면 기발하고 상하관계가 분명한 공직사회의 경직된 분위기를 무너뜨리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받아들여진다. 복면을 쓰고 소신 있는 발언을 하는 직원들을 통해 미처 깨닫지 못 했던 조직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성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집회시위 때 복면을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안을 만들고 있는 와중에 '복면 토론회'라니 매우 아이러니한 생각이 든다. 복면은 익명성을 가지기 때문에 용감해질 수 있고 평소보다 과격해질 수 있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이 토론회의 기발함과 참신함 뒤에 숨어 있는 다양한 문제점이 얼핏 떠오른다. 당연히 알고 있으면서 개선하지 못하는 이 시스템의 문제점을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우회한 방법을 택한 것에는 유감이다. 부하직원이 상급직원에게 자신의 뜻을 바르게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은 구시대적 행태다. 직언할 수 없는 조직은 발전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 반대의견을 낼 사람은 없다.
 '복면 토론회'는 우리의 공직사회가 얼마나 불통 조직이냐는 역설적으로 사실을 시인하는 셈이다. 복면을 벗고 당당하게 상하간 진실한 대화를 나누는 풍토가 진작돼야 한다. 복면을 쓰고 앉아서 평소 꺼내지 못했던 말을 기탄없이 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간부공무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반성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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