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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의 페르시안나이트] 여기가 바로 지상 천국… 에덴동산을 본떠 만든 `페르시아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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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작성일19-08-0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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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쉐자한의 가장 대표적인 건물인 이맘모스크의 정문. 화려하면서도 거대한 대리석 모자이크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압도 당하게 한다.   
[경북신문=이상문기자] 지난해 미국의 이란 제재 복원으로 한때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했던 대이란 교류가 다시 막혔다. 그러나 이란은 페르시아 제국의 중심지로 실크로드를 통한 신라와의 교역이 활발했던 곳이다. 익숙하지만 낯선 이란의 이야기를 통해 21세기 실크로드를 꿈꿔본다.

하나님이 세상을 처음 만들었을 때 그 모습은 어땠을까. 성서에 나오는 에덴동산의 모습을 저마다의 상상력으로 그려보지만 뚜렷한 실체를 만들기에는 쉽지 않다. 고대 페르시아 사람들은 그들의 영토 위에 에덴동산을 만들려는 시도를 오랫동안 했다. 그래서 페르시아의 정원은 에덴동산을 닮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천국이 있다면 페르시아의 정원을 닮았을 것이라는 말도 한다.

모스크나 왕궁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의 집에도 아담한 정원을 꾸민 페르시아인들의 정원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다. 이란의 영화를 보면 허름하기 짝이 없는 집안에 키 작은 나무를 심어 작은 정원을 꾸며두고 연못에 금붕어를 키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 낙쉐자한 북쪽의 바자르 입구. 전형적인 페르시안 건축양식을 띄고 있는 이 입구를 들어서면 이스파한 서민들의 삶의 현장이 펼쳐진다.   
◆천국의 모습을 지상에 구현한 이맘광장

이스파한의 대표적인 명소는 누가 뭐래도 이맘광장이다. 길이 512m, 너비 163m 크기의 직사각형인 이맘광장은 베이징의 천안문광장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광장이다. 사파비왕조의 압바스 1세는 이스파한을 왕조의 수도로 정한 뒤 가장 정성을 들여 이 광장을 만들었다. 자신이 다스리는 제국을 천국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의 표현이었다.

이맘광장의 원래 이름은 낙쉐자한이었다. 낙쉐자한이라는 말은 '세상의 그림', '세상의 원형'이라는 뜻이다. 하나님이 세상을 만들었을 때의 모습, 본래의 그 모습이라는 말이다. 압바스 1세는 이 정원을 만들어 놓고 에덴동산의 모습이 이 모습이라고 백성들에게 선포했을 것이다. 1979년 호메이니가 팔레비왕조를 무너뜨리고 이슬람 혁명에 성공한 후 광장의 이름을 그의 이름을 딴 이맘 호메이니 광장이라고 바꿨다. 이맘은 이슬람의 지도자를 일컫는 호칭이다.

압바스 1세는 이 정원의 사방에 중요한 건축물 하나씩을 배치했다. 북쪽은 백성들의 삶의 현장인 바자르를 만들었고 남쪽은 이란에서 가장 웅장하고 아름다운 이맘모스크를 지었다. 동쪽에는 왕과 왕의 여자들만 사용할 수 있는 여성 전용 모스크인 쉐이크 롯폴라 모스크가 있고 서쪽에는 압바스 1세의 거처인 왕궁 알리카푸를 세웠다.

                    ↑↑ 알리가푸 궁전 옥상에서 바라본 낙쉐자한의 동쪽. 천안문 다음으로 큰 광장인 이곳에서 페르시아인들은 모든 삶을 공유했다.   
◆ 페르시아인의 삶의 현장이 된 광장

이맘광장의 중앙에는 거대한 분수를 품은 연못이 있다. 이 연못을 중심으로 사방에는 넓은 잔디공원이 만들어졌다. 4개의 건축물이 이 광장을 호위하듯이 잔디공원도 연못을 가운데로 두고 정확하게 4등분 돼 있다. 이슬람 문화의 특징인 대칭 구조다.

사파비왕조 시절에 백성들은 이 공원을 중심으로 생활을 이어갔다. 장을 펴거나 거대한 종교행사를 열었다. 이야기꾼들은 광장에 모인 백성들에게 페르시아의 신화나 고대 왕들이 로마 제국을 꺾은 영웅담을 들려줬다. 왕들은 알리카푸 궁전의 발코니에서 외국 사신들과 함께 광장에서 펼쳐지는 폴로경기를 관람했다고 전한다. 지금도 광장의 양 귀퉁이에는 폴로 골대로 보이는 기둥이 남아 있다. 광장은 당대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면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장소였다.

지금도 이 광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이스파한 시민들은 물론이고 이란 전국의 관광객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뒤섞여 있다. 외국인들은 이란으로 여행을 와 가장 가보고 싶은 곳으로 이맘광장을 꼽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맘광장은 페르시아의 문화와 종교, 역사, 심지어 페르시아인들의 삶의 흔적을 살펴보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 모든 요소들이 압축된 곳이 바로 이스파한의 이맘광장이다.

                    ↑↑ 이맘 모스크 본당의 천장. 모스크는 안팎으로 페르시아 모스크의 가장 화려한 면모를 과시한다.   
◆이맘 모스크, 규모에 놀라고 디테일에 놀라다

이맘광장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이맘모스크다. 광장에 도착했을 때 한 눈에 들어오는 건축물이고 푸른색 타일로 장식된 모스크의 신비감에 압도된다. 이란 전역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모스크가 존재하지만 이맘모스크는 이란을 대표하는 종교 건축물로 손색이 없다. 규모와 디테일에서 이 모스크를 따라올 수 있는 것은 아마 이란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없을 것이다.

이맘모스크의 입구에 들어서면 부챗살처럼 펼쳐진 푸른색 타일 장식이 마치 천상의 세계로 진입하는 느낌을 들게 할 정도로 화려하다. 페르시아에서 푸른색은 정원의 싱싱한 생명을 의미하고 타일에 새겨진 아라베스크 문양은 천국을 의미한다. 그리고 42m에 이르는 미너렛이 하늘을 찌를 듯 버티고 있는 모스크 안으로 들어가면 미로처럼 얽힌 웅장한 규모에 또 놀란다. 대개 규모가 크면 섬세함이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맘모스크는 그 두 가지 요소를 유감없이 충족시킨다.

                    ↑↑ 낙쉐자한 한쪽 귀퉁이에 여전히 보존된 폴로 골대. 지금 폴로 경기는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페르시아의 폴로는 중국을 거쳐 신라에까지 전해졌다.   
이맘모스크의 기도처인 중앙돔은 특별한 곳이다. 돔의 한가운데에 회색 돌 하나가 놓여 있다. 그 돌 위에 서서 기도를 하거나 설교를 하면 그 소리가 돔 안에서 일곱 번 메아리친다. 이 신묘한 울림에 사람들은 신의 위대함에 머리를 조아렸을 것이다. 지금도 사람들은 그 회색 돌 위에 서서 기도를 하거나 쿠란을 읽는다. 자신의 목청을 떠난 기도가 신성한 사원의 기도처를 돌아 낭랑한 울림으로 퍼질 때 느끼는 심정은 어떨 것인지 무슬림이 아니면 쉽게 짐작이 가지 않을 것이다.

이맘모스크는 푸른색 타일로 뒤덮여 있다고 해서 '블루 모스크'라고 부르기도 하고 압바스 1세의 절대적인 지원으로 지어졌다고 해서 '왕의 사원'이라고도 불린다.
이상문   iou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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