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의 페르시안 나이트] 지상에 만든 천국의 모습 `낙쉐자한`… 사파비 왕조의 사원·왕궁 한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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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작성일19-08-06 18:23본문
↑↑ 알리카푸 궁전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음악감상실 벽면 문양. 페르시아 전통악기 모양을 음각으로 파 흡음효과를 내도록 만들었다. 조형적으로 매우 아름다운 공간이다.
[경북신문=이상문기자] 지난해 미국의 이란 제재 복원으로 한때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했던 대이란 교류가 다시 막혔다. 그러나 이란은 페르시아 제국의 중심지로 실크로드를 통한 신라와의 교역이 활발했던 곳이다. 익숙하지만 낯선 이란의 이야기를 통해 21세기 실크로드를 꿈꿔본다.
낙쉐자한은 사파비 왕조가 세상에 남긴 걸작이다. 광장에 들어서면 직사각형의 정원이 길게 펼쳐져 있고 사방을 빼곡하게 채운 바자르가 과거와 현재의 시공을 잇고 있다. 그리고 바자르와 함께 존재하는 사파비 왕조의 사원과 왕궁이 한 곳에 집약돼 지상에 구현한 천국의 모습이 현묘하게 존재한다.
↑↑ 사파비 왕조의 궁녀 전용이었던 쉐이크 롯폴라 모스크. 매우 여성스러운 돔이 인상적이다.
◆ 궁녀들의 사원, 여성스러움의 비밀
거대한 규모의 이맘모스크와는 달리 매우 여성스럽고 섬세한 사원인 쉐이크 롯폴라 모스크는 차라리 예술적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이 사원은 이란에서 가장 특색 있는 모스크다. 이맘모스크가 푸른색 타일로 뒤덮여 있는 것에 반해 이 모스크는 핑크빛을 띈 돔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모스크의 내부로 들어서면 모든 모스크와 다른 점을 발견한다. 단순하다는 것이다. 화려한 회랑과 기도처가 눈에 띄지 않고 하늘을 향해 치솟은 미너렛도 없다.
그 이유는 압바스 1세가 왕궁의 궁녀들을 위해 만든 특별한 모스크였기 때문이다. 왕과 궁녀들만 사용했기 때문에 간편하고 단순하게 만든 것이다. 작은 기도처인 돔과 신학교만 있고 대신 다른 모스크와는 달리 매우 여성적이고 예술적으로 지었다. 이맘모스크의 장중함에 기가 눌린 이방의 여행자들도 이 모스크에 들어서면 편안한 심정이 든다. 쉐이크 롯폴라 모스크에는 알리카푸 궁전에서 직접 통하는 비밀통로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궁녀들이 기거하던 숙소인 하렘에서도 지하통로가 있었다고 전한다.
↑↑ 쉐이크 롯폴라 모스크의 천장 문양. 다른 모스크나 왕궁의 문양보다 훨씬 화려하고 색깔도 핑크계열이어서 여성 전용 모스크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한다.
쉐이크 롯폴라 모스크와 이맘모스크는 이맘광장의 모든 건축물과 정원이 대칭으로 이뤄진 것에 반해 약 45도 정도 방향이 틀어져 있다. 완벽한 조화로움에서 삐져나온 부조화를 이룬 이 두 모스크는 중요한 비밀 하나를 품고 있다. 바로 끼블라 때문이다. 끼블라는 하나님의 성전인 메카의 카바 방향을 일컫는 말이다. 모든 이슬람 사원은 끼블라로 지어야 한다. 이슬람 국가를 여행하다 보면 호텔 방 천장에 화살표를 붙여놓은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도 바로 끼블라다. 무슬림들은 기도시간이 되면 끼블라를 향해 카펫을 편다.
이맘광장을 설계한 건축가는 사파비왕조의 궁정 건축가였던 아크바르 에스파하니였다. 그는 이맘광장을 만들면서 끼블라에 방향을 맞춰 지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서남북 정방향에 맞게 정원을 설계하고 두 개의 모스크 방향만 살짝 뒤틀었다. 어쩌면 그는 부조화의 조화가 얼마나 예술적인 감동을 주는지 알고 있었던 듯하다.
↑↑ 압바스 왕의 별궁이었던 알리카푸. 겉은 매우 허술해 보이지만 중간 층 발코니에서는 광장이 한눈에 보인다. 목조건물이어서 늘 수리를 한다.
◆압바스 왕의 자부심 알리카푸 궁전
이스파한의 체헬소툰과 헤쉬트 베헤쉬트 궁전과 함께 또 하나의 빼놓을 수 없는 궁전이 바로 이맘광장에 있는 알리카푸 궁전이다. 이 궁전은 압바스왕이 휴식을 위해 만든 별궁이라고 봐도 좋다. 왕은 이 궁전으로 외국의 사신들을 초대해 폴로 경기를 즐기기도 하고 음악도 들었다. 외관은 광장에 있는 두 모스크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사파비왕조의 예술적 기품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6층 규모로 지어진 궁전의 계단에는 일일이 타일을 깔아 아름다운 문양으로 장식했다. 그리고 3층쯤에 해당되는 발코니에 들어서면 이맘광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왕은 이 곳에 앉아 자신이 지상에 구현해 둔 천국을 느긋하게 바라봤을 것이고 외국의 사신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자랑했을 것이다. 높은 나무 기둥이 낡아 이 발코니는 늘 공사 중이다. 그래서 왕의 한가로움과 평화를 느끼기에는 장애가 많다.
알리카푸 궁전이 가진 가장 예술적인 공간은 궁전의 맨 꼭대기 층에 있는 음악 감상실이다. 높고 좁은 미로 같은 계단을 타고 오르면 음악 감상실이 있다. 이 음악 감상실은 페르시아 사람들의 예술적 지혜가 집약돼 있다. 감상실의 벽과 천장은 페르시아 전통 악기들로 장식돼 있다. 단순하게 악기들을 그린 것이 아니라 벽과 천장에 악기 모양대로 오래내고 공간을 만들었다. 좁은 공간에 흡음효과를 주기 위한 지혜다. 그리고 최적의 음향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 왕궁과 잇댄 서민들의 시장. 광장에서의 삶은 왕과 백성이 가까이 접해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알리카푸는 ‘알리의 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란의 국교인 시아 이슬람의 제 1대 이맘이 바로 알리다. 압바스왕은 이라크의 나자프에 있는 알리 무덤의 문을 그대로 본 따 궁전의 문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죄인이 이 궁전의 문으로 들어오면 왕이라도 잡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치외법권 지역으로 만들었다. 우리 고대사의 삼한시대 ‘소도’와 같은 역할을 했던 공간이다.
천국의 모습을 그대로 지상에 옮겨놓은 낙쉐자한은 언뜻 보면 그 아름다움을 쉽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슬람의 세계가 상상해서 만들어 놓은 정원의 깊은 의중을 깨우친다면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낙원이 분명하다.
이상문 iou518@naver.com
[경북신문=이상문기자] 지난해 미국의 이란 제재 복원으로 한때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했던 대이란 교류가 다시 막혔다. 그러나 이란은 페르시아 제국의 중심지로 실크로드를 통한 신라와의 교역이 활발했던 곳이다. 익숙하지만 낯선 이란의 이야기를 통해 21세기 실크로드를 꿈꿔본다.
낙쉐자한은 사파비 왕조가 세상에 남긴 걸작이다. 광장에 들어서면 직사각형의 정원이 길게 펼쳐져 있고 사방을 빼곡하게 채운 바자르가 과거와 현재의 시공을 잇고 있다. 그리고 바자르와 함께 존재하는 사파비 왕조의 사원과 왕궁이 한 곳에 집약돼 지상에 구현한 천국의 모습이 현묘하게 존재한다.
↑↑ 사파비 왕조의 궁녀 전용이었던 쉐이크 롯폴라 모스크. 매우 여성스러운 돔이 인상적이다.
◆ 궁녀들의 사원, 여성스러움의 비밀
거대한 규모의 이맘모스크와는 달리 매우 여성스럽고 섬세한 사원인 쉐이크 롯폴라 모스크는 차라리 예술적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이 사원은 이란에서 가장 특색 있는 모스크다. 이맘모스크가 푸른색 타일로 뒤덮여 있는 것에 반해 이 모스크는 핑크빛을 띈 돔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모스크의 내부로 들어서면 모든 모스크와 다른 점을 발견한다. 단순하다는 것이다. 화려한 회랑과 기도처가 눈에 띄지 않고 하늘을 향해 치솟은 미너렛도 없다.
그 이유는 압바스 1세가 왕궁의 궁녀들을 위해 만든 특별한 모스크였기 때문이다. 왕과 궁녀들만 사용했기 때문에 간편하고 단순하게 만든 것이다. 작은 기도처인 돔과 신학교만 있고 대신 다른 모스크와는 달리 매우 여성적이고 예술적으로 지었다. 이맘모스크의 장중함에 기가 눌린 이방의 여행자들도 이 모스크에 들어서면 편안한 심정이 든다. 쉐이크 롯폴라 모스크에는 알리카푸 궁전에서 직접 통하는 비밀통로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궁녀들이 기거하던 숙소인 하렘에서도 지하통로가 있었다고 전한다.
↑↑ 쉐이크 롯폴라 모스크의 천장 문양. 다른 모스크나 왕궁의 문양보다 훨씬 화려하고 색깔도 핑크계열이어서 여성 전용 모스크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한다.
쉐이크 롯폴라 모스크와 이맘모스크는 이맘광장의 모든 건축물과 정원이 대칭으로 이뤄진 것에 반해 약 45도 정도 방향이 틀어져 있다. 완벽한 조화로움에서 삐져나온 부조화를 이룬 이 두 모스크는 중요한 비밀 하나를 품고 있다. 바로 끼블라 때문이다. 끼블라는 하나님의 성전인 메카의 카바 방향을 일컫는 말이다. 모든 이슬람 사원은 끼블라로 지어야 한다. 이슬람 국가를 여행하다 보면 호텔 방 천장에 화살표를 붙여놓은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도 바로 끼블라다. 무슬림들은 기도시간이 되면 끼블라를 향해 카펫을 편다.
이맘광장을 설계한 건축가는 사파비왕조의 궁정 건축가였던 아크바르 에스파하니였다. 그는 이맘광장을 만들면서 끼블라에 방향을 맞춰 지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서남북 정방향에 맞게 정원을 설계하고 두 개의 모스크 방향만 살짝 뒤틀었다. 어쩌면 그는 부조화의 조화가 얼마나 예술적인 감동을 주는지 알고 있었던 듯하다.
↑↑ 압바스 왕의 별궁이었던 알리카푸. 겉은 매우 허술해 보이지만 중간 층 발코니에서는 광장이 한눈에 보인다. 목조건물이어서 늘 수리를 한다.
◆압바스 왕의 자부심 알리카푸 궁전
이스파한의 체헬소툰과 헤쉬트 베헤쉬트 궁전과 함께 또 하나의 빼놓을 수 없는 궁전이 바로 이맘광장에 있는 알리카푸 궁전이다. 이 궁전은 압바스왕이 휴식을 위해 만든 별궁이라고 봐도 좋다. 왕은 이 궁전으로 외국의 사신들을 초대해 폴로 경기를 즐기기도 하고 음악도 들었다. 외관은 광장에 있는 두 모스크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사파비왕조의 예술적 기품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6층 규모로 지어진 궁전의 계단에는 일일이 타일을 깔아 아름다운 문양으로 장식했다. 그리고 3층쯤에 해당되는 발코니에 들어서면 이맘광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왕은 이 곳에 앉아 자신이 지상에 구현해 둔 천국을 느긋하게 바라봤을 것이고 외국의 사신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자랑했을 것이다. 높은 나무 기둥이 낡아 이 발코니는 늘 공사 중이다. 그래서 왕의 한가로움과 평화를 느끼기에는 장애가 많다.
알리카푸 궁전이 가진 가장 예술적인 공간은 궁전의 맨 꼭대기 층에 있는 음악 감상실이다. 높고 좁은 미로 같은 계단을 타고 오르면 음악 감상실이 있다. 이 음악 감상실은 페르시아 사람들의 예술적 지혜가 집약돼 있다. 감상실의 벽과 천장은 페르시아 전통 악기들로 장식돼 있다. 단순하게 악기들을 그린 것이 아니라 벽과 천장에 악기 모양대로 오래내고 공간을 만들었다. 좁은 공간에 흡음효과를 주기 위한 지혜다. 그리고 최적의 음향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 왕궁과 잇댄 서민들의 시장. 광장에서의 삶은 왕과 백성이 가까이 접해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알리카푸는 ‘알리의 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란의 국교인 시아 이슬람의 제 1대 이맘이 바로 알리다. 압바스왕은 이라크의 나자프에 있는 알리 무덤의 문을 그대로 본 따 궁전의 문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죄인이 이 궁전의 문으로 들어오면 왕이라도 잡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치외법권 지역으로 만들었다. 우리 고대사의 삼한시대 ‘소도’와 같은 역할을 했던 공간이다.
천국의 모습을 그대로 지상에 옮겨놓은 낙쉐자한은 언뜻 보면 그 아름다움을 쉽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슬람의 세계가 상상해서 만들어 놓은 정원의 깊은 의중을 깨우친다면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낙원이 분명하다.
이상문 iou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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